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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Education

우울증에 걸렸던 대학생, 과거의 내가 알았으면 하는 현실적인 팁 11가지

by 캐나다 슬로그 2020. 10. 24.

안녕하세요! 오늘은 조금 다른 주제를 들고 와 보았는데요. 저는 사실 대학시절 우울증에 심하게 걸렸었답니다. 대학 다닐 때 우울증 진단을 받은 것이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고등학교 때도 비슷한 증상을 보였었던 것 같아요. 그로부터 족히 6-7년은 겪었겠네요.

 

몸과 마음이 말을 안 듣기 시작하면서 그와 동시에 공부와 취업준비 스트레스가 같이 오니 힘들었어요. 특히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 하면서부터 나에 대한 자책이 심해지면서 우울감이 더 커지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성적도 안 좋아지고 공부는 더 해야 하니 외부 활동도 못하고 취업 준비도 더 어려워지고 악순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길었던 터널을 지나고 보니 이렇게 하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들이 많이 들었는데 같이 공유를 하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물론 우울증에 걸린 상태라면 몸을 침대에서 일으키기도 힘든 날이 많은데요. 저는 다시 힘내서 살아보자라는 말대신 현실적으로 어떤 행동들을 하는 게 좋았을지 얘기를 해보고 싶어요. 

 

 

내가 느꼈던 우울감. 가슴을 발로 밟혀서 끝없이 밑으로 꺼지는 듯한 느낌.

 

1. 몇 달 간 우울감이 지속되면 바로 진단받아보기

몇 달 동안 우울감이 지속되거나 무기력에 압도되었다면저는 꼭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진단받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가벼운 피곤감이나 스트레스에는 푹 쉬거나 운동을 해서 기력을 보충할 수 있지만 만약 뭘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면 그냥 본인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마시고 전문가와 상의를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나는 왜 이 것도 안 하고 저 것도 못하고 게으를까 이런 생각에 휩싸이다 보면 오히려 나 스스로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불균형 때문에 더 우울해지더라고요. 그냥 감기 걸렸을 때처럼 나는 원래 게으른 사람이 아닌데 게으르구나 한번 상담을 받아봐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접근하시면 더 좋을 것 같아요. 

 

2. 휴학이나 드롭 고려해 보기

만약에 우울증이 성적이나 퍼포먼스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휴학이나 몇 가지 강의를 드롭해보는 것도 고려해 보세요. 평소에도 사실 성적이 잘 나오지 않거나 하면 과목을 쉽게 드롭하잖아요? 마찬가지로 지금 나의 능력에 힘에 부치다면 드롭하고 나 자신에게 집중할 시간을 충분히 주시는 게 좋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우울증 때문에 성적이 잘 안 나왔을 때 오히려 오기로 붙잡고 있었다가 학점도 더 망치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은 더더욱 심해졌던 경험이 있는데요. 정말 그때 제대로 쉬면서 나를 챙겨줄 기회를 주고 낮은 workload로 조금은 성취감을 스스로에게 줄 수 있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3. 교수님께 적극적으로 도움 요청하기

만약에 수업을 계속 듣기로 마음을 먹으셨다면 도움 요청하는 것을 꺼리지 마세요. 캐나다는 mental health에 신경을 많이 쓰기도 하고 쉬쉬하는 경향이 덜해서 오히려 교수님들도 기꺼이 도와주려고 하실 거예요.

 

기억나는 것 중 하나는 학기 첫 수업에 본인을 소개하면서 만약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있거나 사정이 있다면 언제든지 자신한테 상의하라고 했던 교수님인데요. 저는 그 당시 제가 우울증을 앓고 있었음에도 나 정도 가지고 도와달라고 말해도 될까?라는 생각에 오히려 속으로 삭혔었어요. 당연히 결과는 좋지 않았고요.. 하지만 본인이 힘든 것은 본인만이 아는 것이고 힘듦에는 정도가 없다고 생각해요. 본인이 힘들면 힘든 것입니다. 힘들어서 어떤 것도 되지 않을 때 강제로 밀어붙이면 악순환이 생길 수도 있으니 언제든지 도움을 받아도 된다고 기억해두세요.

 

 

 

4. 도움받을 수 있는 학교 기관 찾아보고 상담받기

위에서 말했다시피 캐나다는 mental health를 중요시 여깁니다. 특히 대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발생하기 때문에 더 각별한 신경을 쓰는데요. 찾아보면 mental health 관련해서 집중적으로 학생들을 서포트하는 부서들이 있답니다. 이런 곳에서는 의료적인 부분보다는 워크숍이나 resources 들을 제공해주는데요. 성적, 진로, 비용우울증에 의한 현실적인 고민에 대해서 상담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5. 학교 보험에 대해 잘 알아보기

학교 보험은 보통 이미 등록금에 포함되어 있고 커버가 아주 잘 되어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엔 진찰을 받거나 한 건 모두 무료고 처방받은 약들도 다 보험 처리할 수 있었어요. 일일이 리서치하기 힘들다면 상담을 받으면서 보험과 커버리지에 관해 잘 알아 놓으면 더 안심하고 나아지는데 집중할 수 있을 것 같아요.

 

6. 본인에게 맞는 약을 찾는 것

워낙 우울증은 개인마다 다르고 그만큼 약도 다르고 맞는 복용량도 다른데요. 그래서 아무리 의사라고 해도 한 번에 맞는 약을 알려 줄 수가 없어요 ㅠㅠ 하지만 우울증 약이 워낙 발전을 해서 큰 부작용 없이 복용할 수 있고 맞지 않는다면 다른 약을 트라이해 볼 수도 있어요.

 

저는 3가지 다른 약을 복용받았는데 사실 다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에요. 오히려 마지막에 절 거의 구원해준 약도 초반에는 오히려 불안증세가 더 악화되기도 하고 그랬었고요. 물론 저는 무식하게 참기만 했었는데 이러면 안 되고요 ㅠㅠ 본인에게 맞는지 안 맞는지는 증상을 전문의와 상의하면서 결정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7. 처방전, doctor's note 등 의료기록은 무조건 버리지 않고 모아놓기

본인이 받을 수 있는 처방전이나 의료 서비스를 받은 기록이 있다면 버리지 말고 꼭 모아두세요. 나중에 예기치 못하게 상태가 안 좋아져서 학업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면 Academic appeal을 통해서 본인의 상황을 설명하고 성적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 의료 기록은 큰 도움이 되니 꼭 모아놓으셔야 합니다.

 

 

8. 상담 치료사는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꾸거나 그만둬도 된다

저는 학교 내 클리닉에서 상담도 받아봤었어요. 하지만 상담 치료사가 원하던 방향과 저의 방향이 맞지 않았었어요. 저는 제 건강에 먼저 집중을 하고 싶었던 반면, 상담 치료사는 학업적인 문제에 포커스를 두시더라고요. 물론 이런 경험을 하신다면 기분이 나쁘 실 수도 있겠지만 치료사 분들은 다들 본인이 전문적으로 다루는 문제가 다르고 방식도 다르답니다. 너무 크게 마음 두지 마시고 방향이 맞지 않는다고 느끼신다면 다른 분을 찾아보시거나 언제든지 부담 없이 그만두셔도 괜찮아요.

 

9.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땐 응급실 찾아가기

극단적인 생각이 들 땐 응급실을 찾아가도 괜찮습니다. 저는 응급실은 피가 철철 나거나 부상을 당한 경우에만 이용하는 곳인 줄 알았는데 의료진들이 이런 suicidal 한 환자들도 치료한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네요. 정말 급하거나 버틸 수 없을 땐 응급실을 이용하거나 Suicidal Prevention Service (833-456-4566)에 연결해 상담을 받아보세요. 

 

10.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 기억하기

저의 우울증과 불안함의 중심엔 항상 남과 비교하는 제가 있었던 것 같아요. 인턴을 하고 대외활동을 하는 친구들을 보면서 나는 왜 못할까 하면서 자책했었죠. 졸업하기 전 마땅한 경력과 좋은 학점 없이 졸업하는 게 제일 무서웠었는데 막상 졸업을 하니 더 마음이 개운해졌었네요. 왜 그때는 내가 강박적으로 좇는 그 모습 이외에 다양한 아름다운 삶의 방식들이 있는 걸 인정 안 했을까요?

 

저는 그렇게 3점도 안 되는 학점으로 졸업을 하고도 부모님 비즈니스도 돕고, 2년제 컬리지를 나오고, 인턴도 하고, 풀타임 잡도 잡고, 연애도 하고, 현재 지금 잘 살고 있다고 과거의 저에게 얘기해 주고 싶어요. 길은 너무나 많고 세상은 누구에게나 내 멋대로 살 권리를 준다는 것도요

 

11. 우울증이 나으면 삶에 의미가 없는 듯한 생각은 사라집니다

사실 우울증에 걸려있을 땐 아무 의미도 없는 것 같고 노력해서 나으려고 하는 건 에너지 낭비 같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저도 딱 그렇게 생각을 했는데요. 우울증에 걸려 있을 땐 비판적인 태도를 갖게 되지만 그것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걸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오히려 부정적으로 생각이 단정 짓게 되는 것 같아요. 이런 생각이 든다면 살 이유가 없다고 단정 짓고 행동 내리시기 전에 한 번 전문의를 만나서 상담받아야 할 상황이고 우울증의 증상이라고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정말 우울할 당시에는 제 주변에 아무도 이런 얘기를 하지 않아서 혼자서 외로이 헤매었던 기억이 나네요 ㅠㅠ 물론 지금 100% 완벽한 것은 아니지만 그 우울할 당시에 얼마나 고통스러웠는지는 지금은 이제 너무 아득하게만 기억이 납니다. 약을 복용하면서 힘들었던 기억도 희미해져 버렸어요. 저도 힘이 되는 말을 해드리고 싶지만 사실 그 당시에 저는 추상적인 말들이 아닌 현실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누군가 알려줬으면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지금 잘 지냅니다 ㅋㅋㅋ 여러분들도 그럴 거예요.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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