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상 | Daily Thoughts

죽는 건 한 번, 사는 건 매일

by 캐나다 슬로그 2022. 1. 9.

나는 안전주의 엄마와 기상천외 도전 스타일 아빠 사이에서 그냥 엄마 판박이로 자랐다. 어릴 때부터 용돈은 무조건 다 쓰지 못하는 성격이었고 하지 말라는 것은 전혀 안하는 그런 성격이었다. 

 

그에 비해 아빠는 "인생 한 방~" 을 외치면서 사는 사람인데 그럴 때마다 차라리 "인생 한 번"이라고 말하라고 엄마가 정정해준다. 

 

참 아빠는 예전부터 자수성가해서 이 일 저 일 안해 본 것도 없다. 취미도 아내들이 진절머리 칠 법한 낚시부터 Jeep차를 타고 오프로딩, 그리고 패러글라이딩까지 안 해 본 것이 있을까?

 

 

우리 엄마도 우리 딸은 참 아빠를 조금만 닮았더라면 인생을 더 재밌게 살았을 거라고 말한다. ㅋㅋㅋ 물론 나도 동의를 한다. 눈에 띄는 것을 너무 싫어했었고 특히나 캐나다에 이민오면서 잔잔바리로 사는 것을 꿈꿨다.

 

물론 내 나름대로 노력을 안한 것은 아니다. 나도 홀로 집 떠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학교를 다니기도 했었고, 주변 친구들이 아직 관심 없을 때 투자를 시작해서 4명정도의 또래 친구들 거래소 계정도 열어주고 했었다,, 혹시 아는 사람이 읽을까 우려하면서 쓰는 블로그 글도 나에게는 도전이다 😂

어제 스톰이 왔다. 눈이 이 정도는 와야 새해가 된 느낌...

지금은 2022년 새해 목표로 월급의 60%를 저축하기로 했다. 애초에 코딱지 만한 월급인데 렌트비, 공과금을 내고 나면 남는 것은 별로 없을 예정이다.

 

지금까지도 물론 알바비나 월급을 받으면 전부 다 써 본 기억은 없을 정도로 일정 부분을 항상 모아오긴 했었다. 그런데 어떤 정확한 금액을 모으겠다고 선언하면 참 답답하게 느껴졌었다.

 

"아니 난 이런 목표치 없어도 계속 저축을 잘 해왔는데 이렇게까지 해야해?"

 

이런 생각은 항상 머지않아 피곤함으로 이어졌다. 지금까지의 방식으로도 돈이 모인 결과가 있는데...하면서 내 행동은 항상 정당화되었다. 게다가 특히 새벽에 이런 생각이 지속 되고 나면 내일 당장 무슨 일이 일어날 줄 아냐며 급발진 했다 ㅋㅋㅋ 죽어서는 돈을 들고 갈 수도 없는거라며 항상 본인 재산을 다 쓰고 가시겠다던 아빠 말도 생각났다. 이렇기에 내 저축은 변동이 심했다.

 

그런데 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죽는 건 한 번이지만 사는 건 매일이잖아요~".

 

 

우리는 보통 한 번 사는 인생이라고 한다. 힐링 예능 같은 곳에서 욜로/욜로족을 조금은 로맨틱하게 표현했던 기억도 난다. 내가 나로 태어나는 기회는 단 한 번 뿐. 지금의 인생. 

 

하지만 우리가 인생을 한 번 이라고 부르는 데에는 죽음을 염두해 뒀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인생은 모두 어느 마지막 숨에 끝나기 때문에 더 소중하고 후회없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저 말을 들은 후 나는 삶을 celebrate 하는데 있어서 오히려 포커스를 다르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삶을 끝나는 것이 아닌 내가 살아있는 동안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을까? 눈이 감기는 그 순간 찰나에 후회하지 않기 위한 것보다, 그 하루 전, 한 달 전, 5년 전 살아있을 나를 위해 사는 것은 오히려 더 멋지게 들린다. 그리고 나를 위해 오늘 열심히 사는 모습을 나중에 뒤돌아 봤을 때 오히려 후회는 없을 것 같다.

 

고작 저축 하는 것 가지고 새벽감성에 들떠서 인생과 죽음에 대해 떠들어 댔다. ㅋㅋㅋ 하지만 2022년엔 살아 있는 나를 위해 좀 더 솔직하고 용감해져 보기로 해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