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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이스트반 반야이의 요상한 단편영화- Gobble-Gobble

by 캐나다 슬로그 2022. 5. 2.

줄거리

 

6분 정도의 짧은 단편영화의 주인공은 이름도 등장하지 않는 한 남자. 그는 화려해 보이는 고급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주문하는데, 점점 먹을수록 몸이 커져갔다. 음식을 다 해치우자 식당 건물을 다 채울 정도로 커진 그는 그것도 모자라 의자, 빌딩, 게다가 별까지 먹어 해치운다. 영화의 제목인 "Gobble-Gobble"은 게걸스럽게 먹는 소리를 나타낸다.

 

아저씨 어디가세요..!

 

리뷰

 

어린아이도 재밌게 볼 만큼 단순하고 화려한 영화이다. 어린이라면 본인들도 상상할 법한 재밌는 주제이기도 하고 어른들이라면 만족을 모르고 먹어치워대는 주인공을 보면서 이 시대에 팽배한 소비주의를 떠올릴 수도 있겠다. 화려한 이미지들은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또 눈이 따가울 정도인 색채 때문에 거부감이 들거나 기괴스럽다고 생각할 것 같다. 짧고 간단한 영상이 불어 들이는 복잡함이 재밌게 느껴졌다. 이 영화를 보고 또 주인공처럼 금방 다른 유튜브 영상들을 찾아 헤맬 나를 보는 것 같기도... ^^

 

이스트반 반야이의 작품들

 

이 영화의 감독, 대본, 애니메이션을 맡은 이스트반 반야이는 사실 일러스트레이터이다. 더 뉴요커, 롤링스톤즈 등 유명한 매체와 협업한 경력이 있고 어린이 그림책 "줌"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기도 하다. 그만큼 이 영화를 틀자마자 나오는 이 첫 장면부터 화려한 색채에 눈이 휘둥그레 해진다. 

 

 

영화의 첫 장면. 터덜터덜 식당에 들어선다

 

이 영화에서 재밌었던 부분 중 하나는 효과음이었다. 특히나 초반에 음식을 소개하는 장면에서는 효과음이 정말... 2000년대 유행하던 슈게임에 나올 법한 뾰로롱 하고 또잉또잉한 소리로 가득 차있다. ㅋㅋㅋㅋㅋ 

 

77년 (무려 45년 전!) 에 제작된 만큼 음향효과의 한계 때문이라 생각했는데, 지독할 정도로 과장된 색채와 스토리와 너무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좋은 시너지,,, 

 

 

또 흥미로웠던 것은 맛있게 보이게 찍는 요즘 음식콘텐츠와 비교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탐욕적인 모습을 담은 영화이니만큼 더 극대화되었겠지만 음식들에 색이나 조화 등에서 자연스러움이라곤 전혀 없는데 이걸 맛있다고 먹는 주인공이 더 미친놈처럼 보인 효과를 준 것 같다... 저 파란색 사과랑 소스는 한 때 유행하던 식욕 떨어뜨리는 색 같은데.. ㅎ

 

이거 알면 적어도 90년대생..?

 

어찌나 많이 처먹었는지 소화가 안되는 것들은 다 밖으로 나오더라...

 

아저씨,, 다보여요..

 

그래도 쉬지않고 먹은 덕에 지구도 뚫고 토성 고리를 발로 갖고 놀기도 한다. 너무 많이 먹었는지 안색도 초록으로 변했다.

 

 

별들도 엄청 먹어치우다가 뜨거운 별 먹고 체함.. 너무나 기분이 나쁜데 이상하게 마음에 드는 작화였다. 특유의 형광펜 색들이 너무 씬과 찰떡인 것 같네욥..

 

 

 

이스트반 반야이는 본인 스스로의 스타일에 대해 "organic combination of turn-of-the-century Viennese Retro, injected with American pop, some European absurdity added for flavour, served on a cartoon-style colour palette…" 라고 한다. 번역하자면 세기말의 빈 스타일 레트로, 아메리칸 팝, 유럽의 부조리주의의 유기적인 조화가 만화스러운 색감으로 표현된 것이라고 한다... 그 1900년대 초중반의 폭풍 같던 시대와 맞아떨어진 스타일을 보여주는 것 같다. 예술계에선 전통적인 스타일에서 벗어나 새로운 양상들이 생겨나고 대량생산과 세계대전, Civil Rights Movement, 히피문화 등으로 인간의 시각이 전환되는 시점이었는데...

 

이 영화야 말로 그런 그의 스타일을 응축해서 보여주는 게 아닐까 싶다. 아르 누보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체, 그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사이키델릭한 요소, 영화의 허무한 결론이 주는 부조리주의에 대한 영감까지... 

 

여하튼 예술에 대해서 코딱지만큼도 모르지만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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