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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 Daily Thoughts

내 인생의 무화과 -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을 때

by 캐나다 슬로그 2020. 11. 26.

 

 

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제가 보니까 1주일이나 글을 안 썼네요 ㅠㅠ 그동안 면접 과제도 해야 했고 핼리팩스 가서 바람도 쐬고 했더니 금방 일주일이 지나가버렸습니다.... (핼리팩스 딱 다녀오고 이틀 후에 아틀란틱 버블이 터져서 2주 쿼런틴 할뻔했어요... ㅠㅠㅠ 물론 지금도 집, 일 외엔 외출 자제 중입니다)

 

저는 블로그 시작 이후로는 나름 계획적이고 서프라이즈가 없던 생활을 즐기고 있었어요. 격일로 하루는 블로그를 쓰고 하루는 개발 공부를 했었는데요. 갑자기 연말 분위기에 이직 준비까지 하려니 정말 공을 6개를 들고 저글링 하는 느낌이에요 ㅠㅠ

 

사실 저는 안 좋게 말하면 하나에 집중하지않고 좋게 말하면 다양한 것에 호기심이 많아서 항상 하고 싶은 게 많은 것 같아요 ㅠㅠㅋㅋㅋ 피아노, 그림, 불어, 개발 공부, 재봉술, 블로그, 재테크, 운동, 영어공부 등등 당장 눈앞에 하고 싶은 것만 해도 셀 수가 없네요... 저는 초능력을 가질 수 있다면 잠 안 자는 능력을 갖고 싶어요,,,

 

현재에 대한 집중이 부족하니까 무언가를 하더라도 하지 못한 다른 것에 자꾸 눈길이 가고 마음이 쓰이는 것 같아요. 블로그를 쓰다가도 '아 아까 개발 프로젝트하다가 만 것 해야 하는데...' 그림을 그리다가도 '아 이럴 시간에 잡 찾아야 하는데...' 

 

제 생각엔 저 자신에게 자신이 없기 때문에 내가 내린 결정에도 흔들리는 것, 그리고 마음에 이미 내재된 불안감이 한층 더 증폭시키는 것 같아요.

 

 

그런데 Sylvia Plath라는 시인이 이런 글을 쓰셨더라고요.

“I saw my life branching out before me like the green fig tree in the story. From the tip of every branch, like a fat purple fig, a wonderful future beckoned and winked. One fig was a husband and a happy home and children, and another fig was a famous poet and another fig was a brilliant professor, and another fig was Ee Gee, the amazing editor, and another fig was Europe and Africa and South America, and another fig was Constantin and Socrates and Attila and a pack of other lovers with queer names and offbeat professions, and another fig was an Olympic lady crew champion, and beyond and abo nve these figs were many more figs I couldn't quite make out. I saw myself sitting in the crotch of this fig tree, starving to death, just because I couldn't make up my mind which of the figs I would choose. I wanted each and every one of them, but choosing one meant losing all the rest, and, as I sat there, unable to decide, the figs began to wrinkle and go black, and, one by one, they plopped to the ground at my feet.” - Sylvia Plath
내 인생이 소설에 나오는 초록빛 무화과나무처럼 가지를 뻗는 장면이 연상되었다. 가지 끝마다 매달린 탐스러운 무화과 같은 멋진 미래가 손짓하고 윙크를 보냈다. 어떤 무화과는 남편과 행복한 가정과 아이들이었고, 어떤 것은 유명한 시인이었고, 또 어떤 것은 뛰어난 교수였다. 훌륭한 편집자라는 무화과도 있었고, 유럽과 아프리카와 남미인 무화과도 있었다. 어떤 것은 콘스탄틴, 소크라테스, 아틸라 등 이상한 이름과 엉뚱한 직업을 가진 연인이었다. 올림픽 여자 조정 챔피언인 무화과도 있었고, 이런 것들 위에는 내가 이해 못하는 무화과가 더 많이 있었다. 무화과나무의 갈라진 자리에 앉아, 어느 열매를 딸지 정하지 못해서 배를 곯는 내가 보였다. 열매를 몽땅 따고 싶었다. 하나만 고르는 것은 나머지 모두를 잃는다는 뜻이었다. 결정을 못하고 그렇게 앉아 있는 사이, 무화과는 쪼글쪼글 검게 변하더나 하나씩 땅에 떨어지기 시작했다. 

정말 뒷통수를 맞은 것 같았어요. 선택을 못하는 것도 있지만 결국은 다 하고 싶은 욕심도 조금은 있는 것이죠. 다 가지려다 다 잃는 다는 교훈은 전세계의 가르침인 것 같아요.

 

좀 더 겸허한 태도로 내가 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객관적으로 보고 받아들이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그리고 한 두 개의 무화과 만으로도 행복하는 방법을 찾고요. 현재에도 넓고 얕은 지식의 한계를 느껴서 깊이 아는 것의 기쁨을 더 알고 싶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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